한국일보 인터뷰

이 사이트는 인터렉티브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습니다.최적의 화면을 위해 볼륨버튼을 눌러 볼륨조절을 해주세요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거나 버튼을 누르면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터치 드레그를 아래로 내리면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시작하기

Logo image for print version http://www.hankookilbo.com
Video Loop 비디오 링크

당당하단 건 칭찬이고 뻔뻔하다면 욕이다. 하지만 두 품사의 형용대상은 하나일 때가 많다.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36ㆍ여)이 그런 경우였다. 그는 종합편성채널 JTBC 오락 프로그램 ‘마녀사냥’ 출연을 통해 ‘당당한 여자’ 이미지를 쌓았다. 미국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한국판에서 피처 에디터로 중추 역할을 했던 그의 명쾌한 논평은 송곳 같이 야무졌다.

거침없는 성(性) 담론으로 남성 중심 사회의 몰합리한 금기들에 도전하던 여전사를 곤경에 빠뜨린 건 농담 한 마디였다. 지난달 4일 방영된 SBS 프로그램 ‘매직 아이’에서 그는 가수 장기하를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로 묘사했고, 가부장제 사회는 마녀사냥 하듯 그를 몰염치녀로 매도했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남성 피해 의식 일단도 드러났다.

곽정은 개인에게도 성장통이었다. 실제 그는 급진적이지도 자유분방하지도 않다. 방송에서처럼 쿨한 편도 아니다. 다만 그가 몸 담았던 세계주의자란 뜻의 그릇이 그를 성평등 문화 전도사로 길렀을 뿐이다. 자의식 강한 그가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기준들과 타협해온 건 개별성을 발현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때가 됐고 ‘곽정은 찾기’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외연 확대 시동 걸기에 착수한 그를 서울 독서당로 자택 인근의 한 브런치카페에서 만났다.











처음으로

Q 요즘 바쁘겠다. 소속사가 없으니 대신 운전하거나 의상이나 헤어 챙길 사람도 없을 거고. A 3월 회사 그만둔 뒤 평일엔 거의 매일 방송 녹화와 강연 일정이 있다. 대신 주말엔 완벽히 쉰다. 나름대로 주5일제를 지키는 셈이다. 예전엔 잡지란 매체를 통해 사람을 만났다면 지금은 대화하는 분들이 눈에 보여 좋다. 잦은 이동은 힘들다. 서울 일정 이튿날 충청, 다음날 경상도…. 어떤 주엔 소녀시대도 나만큼 동분서주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Q 성희롱 발언 파문 얘기를 안 하기 어렵다. 마녀사냥 유명세를 마녀사냥으로 치른 셈인데. A 좋은 것과 힘든 건 인생에서 하나의 패키지다. 하고 싶은 일 하려면 더러운 꼴도 감내해야 한단 걸 13년 조직 생활에서 배웠다. 발언이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단 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열렸단 뜻이기도 하다. 너무 불쾌해해선 안 된다고 여긴다. 사과할 생각은 없다. 이유도 대상도 없다. 욕설 신경 안 쓴다. 그들도 나도 바뀌지 않는다.

Q 비판 시각은 어찌 생각하나. 지상파 방송에 부적절하단 이유로 방송 심의 대상까지 됐다. A 성적 욕망에 대한 문학적 표현이었다. 강한 남성 권력 탓에 성적 표현은 늘 폭력적인 걸로 인식됐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편집은 제작진 몫이었다. 어쨌든 의미 있는 촌극이었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8살 어린 애인이 있다고 방송에서 공개했다. 연애 전문가는 어떻게 연애하는지 궁금하다. A 평범한 직장인인데 서로 첫눈에 반했다. 지금껏 만난 어떤 남자보다 생물학적 나이는 더 어리지만 마음의 나이는 가장 성숙하다. 곽정은의 연애는 완벽할 거란 선입견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내 연애 강연은 늘 실패담으로 시작해 실패담으로 끝난다. 성숙하려면 아직 멀었단 걸 그를 통해 깨닫는다. 그걸 발전적으로 알려주는 이를 만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Q 연애도 많이 해봤을 것 같다. 이력이 어떤가. 여러 명의 애인과 연애하는 일은 가능한가. A 연애를 어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나. 실제 20대 초반 시절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기도 했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연애였다. 지금은 다르다. 뭘 줘도 아깝잖단 감정이 생긴 상대를 두고 다른 이한테 또 마음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 감정이 세포 분열하듯 나뉘지 않는 데다 앞 감정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얄팍한 연애를 반복하고 싶진 않다. Q 연애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결혼인가. 기혼자는 연애를 할 수 없나. 간통 존속이 옳은가. A 원하는 삶이 얻어진다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연애 때 행복이 결혼과 함께 불행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단 건 모두에게 결혼이 종점은 아니란 증거다. 결혼제도에 대해선 나도 두려운 마음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에게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결혼 뒤엔 헌신해야 한다. 자기에게 인생을 건 이들과의 관계까지 무너뜨리는 연애는 반대다.











처음으로

Q 여성들에게 매력을 가꾸라고 곽정은은 조언한다. 결국 가부장제에 순응하란 얘기 아니냐. A 난 연애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예쁘게 태어나지 못했고 굉장히 외롭게 자랐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고 싶었지만 쉽잖았다. 내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려주기도 전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매력 있네, 끌리네’ 문턱을 넘지 못하면 기회조차 없는 게 연애다. 사랑 받으려고 애쓰는 게 왜 나쁜가. 그 방법을 실용적인 글로 전한 거다. Q 상담 내용이 10여년 전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 대사와 비슷하단 지적도 있다. A 지금 연애 얘기가 10년 전과 크게 다를까.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을 거다. 10년 간 ‘코스모폴리탄’(미 패션잡지로 한국판도 발간된다)에서 일하며 ‘재미있는, 두려움 없는, 여성의’(Fun, Fearless, Female)란 가치관의 영향을 받았고 좋아했다. 메시지가 비슷할 순 있다. 여성들이 달라지기도 했다. 책임감에 집착하는 남자와 달리 대등한 파트너십을 원한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과거엔 기자 입장에서 인터뷰이로 연예인을 만났다면 이젠 방송 동료다. 친한 사람 있나. A 별로 없다. 자기 속을 털어놓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은 좀 있는 것 같다. 상담 좀 받고 싶다며 만나잔 이가 더러 있다. 하지만 사양한다. 일하지 않을 땐 (일반인) 친구들만 만난다.

Q ‘마녀사냥’ 출연진과는 매주 녹화장에서 만나니 친해졌을 것 아니냐. 면면들이 어떤가. A (신)동엽 오빠는 안 그런 척하지만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 같아 힘이 된다. 정은이가 방송 시작 때보다 멘털(정신)이 강해졌단 걸 알겠다고 술 마실 때 가끔 말한다. 성시경씨는 미워할 수 없는 깍쟁이다. 술 마시며 얘기하면 정말 재미있다. 허지웅씨는 배다른 남매 같은 느낌이랄까. 남매니 미워할 수도 배가 달라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도 없다. (웃음)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트위터 팔로워(구독자)가 20만에 육박하고 운영하는 블로그도 있다. 각각 어떤 용도인가. A 블로그는 코스모폴리탄 재직 시절 트래픽(인터넷 사이트 유입) 유도용 어나더(제2) 플랫폼이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곳이다. 연애든 일이든 요리 정보든 제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트위터는 정보 획득 창구로 쓴다. 소소한 일상을 올리기도 하는데 반응이 즉각적이다. 기자 땐 잡지 행사 홍보수단으로도 유용했다. 140자 안에서 소통은 힘들다.

Q 인터넷, 특히 소셜네트워크를 매개로 형성되는 인간 관계에 대해 호의적인 것 같진 않다. A 쉽게 얻어지는 것엔 아무래도 에너지를 덜 쏟는 법이다. 검색으로 맺는 관계가 가능해진 순간 외려 깊이 있는 일대 일 관계는 더 어려워졌다. 다수에게 자기를 알리는 도구론 좋다.

Q 그러면 온전한 인간 관계는 뭐라 생각하나. 결국 관계의 완성이 연애의 목적이기도 한데. A 행복하게 태어나는 건 극소수다. 대부분은 사막에 던져진 것처럼 막막하게 시작한다. 살 만한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살아보겠단 맘을 먹게 하는 게 관계다. 상처를 견디는 힘이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10년 동안 다닌 코스모폴리탄은 왜 그만뒀나. 지금 곽정은을 있게 한 게 저 매체 아닌가. A 반복되는 매체 특성상 더 배울 게 없다고 판단했다. 디지털팀장과 피처 디렉터를 겸하느라 소진됐고 다른 걸 보고 싶단 생각이 들던 참에 방송ㆍ강연 일정이 늘어 감당이 안 됐다.

Q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섹스 칼럼니스트다. 오해도 많이 살 법하다. 왜 이 길을 가고 있나. A 밥벌이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 거다. 소재가 성(性)일 뿐 내가 하는 얘기가 결국 인간과 행복에 대한 것들이다. 우리가 말하지 못해 생각지 못한 것들에 관심 있고 그걸 말하려는 거지 섹스가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거나 섹스를 많이 하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웃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위로다. 위로 받아 맘이 따뜻해져야 변화도 생각할 수 있는 거다.

Q 성을 상품화해 자기 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란 비판이 있다. 선정성은 좋은 호객 수단이다. A 방송용으로 편집되는 것들은 자극적이거나 뾰족하거나 웃기거나 실생활과 다소 동떨어진 게 대부분이다. 강연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거다. 매력 관련 대목은 그저 일부일 뿐이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사치스런 명품엔 별 관심이 없다고 에세이에 썼다. 대신 몸매는 꾸준히 관리하는 듯하다. A 패션 잡지에서 오래 일했지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게 행복과 별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옷만 입다 죽을 게 아니라면 정해진 수입 내에서 여행이나 만남, 책처럼 더 중요한 데 돈을 써야 한다. 지금 입은 옷도 부산 빈티지 시장에서 산 4만원짜리 원피스와 3만원짜리 아우터(겉옷)다. 몸매를 관리하는 건 싼 옷도 소화하기 위해서다. 체력 증진용이기도 하다.

Q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아름다움을 위한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무슨 의미인가. A 예뻐지는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게 마음가짐이다. 여자는 실제 외모보다 자기가 더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쁘지 않지만 나쁘지도 않아’ 같은 평가도 필요하다. 완벽히 예뻐질 순 없다. 다만 생기 있게 보이거나 매력 발산 기회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치장 정도는 해야 한다. 그것조차 외면하는 게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라 생각지 않는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여가엔 주로 뭐 하나. 트위터를 보니 요리나 반려견 ‘쿠니’ 관련 글이 눈에 많이 띈다. A 평일엔 짬 날 때마다 운동한다. 강연 사이에 가능한 게 운동뿐이다. 주 3회 정도 빼먹지 않는다. 주말엔 대부분 남자친구와 논다. 마녀사냥 녹화가 월요일이어서 일요일엔 자주 쇼핑을 한다. 요즘 뜸하지만 요리도 좋아한다. 주로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보충하는 건강식이다. 혼자 살면 건강을 잃기 쉽다. 안 지 얼마 안 됐는데 오트밀이 좋다. 1㎏에 6,000원 정도 하는데 닭죽을 15번은 만들 수 있다. 물 넣고 전자레인지로 데운 뒤 닭 가슴살 캔 하나만 넣으면 시판하는 죽 못잖다. 가끔 쿠니를 데리고 집 주변 공원 산책도 한다. 생후 10개월쯤 됐는데 쿠니 배변 훈련을 시키며 배운 게 있다. 깊은 사랑을 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단 거다. 예쁘고 귀여워 시작했더라도 단점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선택한 사랑이 진짜가 된다.













처음으로
Video Loop 비디오 링크

Q 향후 홀로서기 계획을 소개해 달라. 방송과 강연 말고 해보고 싶은 일도 있을 것 같은데. A 내년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함께 작업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방송을 통해 연애 칼럼니스트로 곽정은이란 이름이 알려졌는데 연애만 얘기하다 커리어를 끝낼 생각은 전혀 없다. 전반적으로 삶을 다루되 남녀가 중심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진 연애의 밝고 말랑말랑한 면을 주로 다뤘지만 다음 작업은 어둡고 딱딱한 형태가 될 거다. 지금껏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조직 부속품으로 일해 왔지만 이젠 혼자다. 반드시 곽정은이어야만 하는 일인지 판단하고 그렇다면 과감히 달려들 거다. 글만 쓰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보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오프라 윈프리가 이상형에 더 가깝다. 때론 다치거나 시끌시끌해질 수 있겠지만 스스로 믿고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나와 날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은 안 될 거다. 책도 계속 쓸 계획이다. 신간 ‘혼자의 발견’이 10일 발매된다. ‘내 사람이다’이후 3년 만이다. 14일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출간 기념 사인회도 열린다.









처음으로


만든 사람들
기획ㆍ글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사진 김주영 기자 will@hk.co.kr
속기 및 보조 강병조 인턴기자
(한성대 영문학과4)
박혜리 인턴기자
(경희대 사회학과 4)
디자인 백종호 jongho@hk.co.kr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99@hk.co.kr



ⓒ 2014 Hankookilbo.com









처음으로
계속 보기
숨김텍스트 보기
© 한국일보 2014